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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줄어도 동네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글 YOU’RE NEXT 편집부 · 작성일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이제 뉴스 제목의 단골이다. 인구가 줄었다는 숫자가 나오면 그 지역의 미래도 함께 끝난 것처럼 이야기된다. 전국 256개 시·군·구의 10년 전망을 매기면서 우리는 이 공식이 생각보다 자주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구는 지역의 체온계일 수는 있어도 운명표는 아니다.

줄어든 곳이 다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3년 동안 주민등록 인구가 줄어든 곳은 256곳 가운데 183곳이다. 열 곳 중 일곱 곳이 넘는다. 그런데 이 183곳의 10년 전망을 보면, 110곳이 ‘유지’, 21곳이 ‘성장’이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의 71.6%가 10년 뒤에도 지금의 생활 여건을 지키거나 나아질 것으로 나왔다. ‘위축’은 6곳뿐이다.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다. 인구가 3년 사이 늘었는데도 10년 전망이 ‘감소’나 ‘위축’으로 나온 곳이 14곳이다. 신안군은 인구가 11.2% 늘었지만 ‘감소’다. 사람 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일자리와 학교, 병원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갈림길은 일자리와 학교, 병원이었다

10년 전망은 일곱 항목을 0점에서 100점으로 매겨 가중치대로 더한 점수다. 일자리·산업이 25%로 가장 크고, 학교·교육과 의료·생활 인프라, 치안·안전이 15%씩, 통근·외부 연결과 지자체 재정, 자연환경·공기가 10%씩이다. 등급별로 항목 점수의 중앙값을 놓아 보면 무엇이 지역을 갈랐는지 보인다.

10년 전망지역 수일자리·산업학교·교육의료·생활 인프라자연환경·공기
성장4381758163
유지14769697569
감소5857515775
위축851485178

일자리와 학교, 병원 점수는 등급을 따라 계단처럼 내려간다. 표에 넣지 않은 통근·외부 연결도 같은 계단을 탄다. 중앙값이 성장 87점, 유지 81점, 감소 63점, 위축 54점이다. 그런데 자연환경·공기만 거꾸로 간다. 위축으로 나온 8곳의 자연환경 점수 중앙값이 78점으로 가장 높고, 성장 43곳이 63점으로 가장 낮다. 공기 맑고 숲이 가까운 곳이 살기 좋다는 말은 맞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10년 뒤를 지키지 못한다. 출퇴근할 일자리와 아이를 보낼 학교, 아플 때 갈 병원이 없으면 좋은 공기는 머무를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미 고위험’인데 버티는 곳

우리 지역 수명은 숫자를 하나 더 보여 준다. 청년(18~39세)이 65세 이상의 절반 아래로 줄거나 인구가 20% 줄 때까지 남은 해, 이른바 지역 수명이다. 256곳 가운데 121곳은 20년 넘게 남는다고 봤고, 11~20년이 43곳, 6~10년이 14곳, 5년 이하가 10곳이다. 이 기준으로 이미 소멸 고위험 수준에 들어선 곳, 화면에 ‘이미 고위험’으로 표시되는 곳이 68곳이다.

그런데 이 68곳 가운데 26곳은 10년 전망이 ‘유지’다. 장성군, 횡성군, 예산군이 그중 점수가 높은 쪽이다. 청년 비율로 보면 이미 경고등이 켜졌지만, 생활을 떠받치는 일자리와 시설은 아직 버틸 힘이 있다는 판단이다. 같은 68곳에서 ‘위축’은 7곳이다. 인구 구조의 경고와 생활 여건의 전망은 서로 다른 질문이고, 둘을 함께 봐야 지역이 보인다.

위축 8곳이 말하는 것

위축으로 나온 곳은 8곳이다. 그중 7곳이 군이고, 시는 동두천시 하나다. 이 8곳의 점수는 모두 57점 아래이고, 중앙값으로 보면 일자리와 교육, 의료 항목이 함께 낮다. 영양군과 장수군은 최근 3년 인구가 오히려 조금 늘었는데도 위축이다. 범위를 넓혀 보면 군 82곳 가운데 40곳이 감소나 위축으로 나왔다. 반대로 성장 43곳은 30곳이 구이고, 경기도가 18곳, 서울이 8곳이다. 수도권과 대도시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점은 숨길 수 없다.

낙인이 아니라 지도

우리는 이 전망이 지역을 줄 세워 낙인을 찍는 데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등급은 지역이 가진 버팀목과 부담을 비교한 결과이고, 지자체가 무엇을 먼저 손봐야 하는지를 가리키는 지도에 가깝다. 인구가 줄어든 183곳 중 131곳이 버틸 수 있다고 본 것은 위로가 아니라 근거다. 그 근거는 대부분 일자리와 학교, 병원에서 나왔다. 사람을 붙잡는 것은 결국 그 셋이다.

이 판정에도 한계가 있다. 다섯 항목은 AI가 공개 자료를 조사해 매긴 추정이고, 지역마다 쓸 수 있는 자료의 양이 다르다. 실제 통근 시간이나 병원까지의 이동 거리처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자료도 있어, 항목마다 확신도를 따로 적어 두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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