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NEXT

리포트

우리가 가장 모르는 곳은 한가운데다

글 YOU’RE NEXT 편집부 · 작성일

날짜를 하나 내놓는 일은 생각보다 무섭다. 화면에 ‘2038년 12월’이라고 적는 순간, 그 숫자는 실제보다 훨씬 단단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판정마다 확신도를 1에서 5까지 함께 적고, 결과 화면에는 빠른 경우와 늦은 경우를 가정한 예상 범위를 같이 보여 준다. 이번에는 날짜 대신 그 확신도와 범위를 읽어 봤다. 어디서 우리가 가장 모르는지를 밝혀 두는 것도 이 숫자를 내놓는 쪽의 몫이라고 생각해서다.

확신은 양 끝에 몰려 있다

한국 752개 직업 가운데 확신도 5를 준 직업은 28개다. 이 28개의 자리가 흥미롭다. 9개는 이미 시작됐다고 본 직업이다. 데이터 입력원, 번역가, 텔레마케터, 고객센터 상담원 같은 직업이다. 18개는 반대로 20년 넘게 남는다고 본 직업이다.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소방관, 경찰관, 헤어디자이너가 여기에 있다.

방식별 평균을 봐도 같은 모양이다. 사람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대체’와 오래 보호된다고 본 ‘보호’는 평균 확신도가 3.7점과 3.6점이다. 팀이 작아지는 ‘축소’와 도구가 바뀌는 ‘도구화’는 3.0점과 2.9점이다. AI가 이미 해내는 일이거나, 로봇이 한 세대 안에 닿기 어려운 일이면 판단이 쉽다. 어려운 것은 그 사이, 일이 조금씩 줄어드는 직업들이다.

확신도가 낮은 74개

확신도 2를 준 직업이 74개다. 1점을 준 직업은 없다. 74개 가운데 50개는 예상 시점이 7년에서 15년 사이, 위험도 ‘보통’에 몰려 있다. 분야로 보면 안전·군·경 분야가 17개 중 5개로 비율이 가장 높고, 건설·기술직(86개 중 15개), 공학(61개 중 10개), 교육(38개 중 6개)이 뒤를 잇는다.

판정 이유를 읽어 보면 불확실성이 어디서 오는지 보인다.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기계다. 운전 강사는 빠르면 10년, 늦으면 30년으로 범위가 가장 넓은 직업 중 하나다. 조수석에서 보조 브레이크를 밟는 일은 AI가 못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이 널리 퍼져 면허를 따려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시점을 지금 누구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남의 집에서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는 정리수납 전문가도 범용 가정 로봇이 언제 상용화되느냐에 시점이 걸려 있다.

다른 하나는 해고라는 개념이 잘 맞지 않는 일이다. 소매점 운영자와 노점상은 빠르면 6년, 늦으면 25년이다. 판정은 자영업이라 AI가 사장을 해고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동네 가게를 위협하는 것은 AI보다 온라인 유통이라는 판단도 함께 적었다. 우리가 재려는 ‘AI 때문에 사람을 덜 뽑기 시작하는 때’라는 잣대가 이런 직업에서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마지막은 제도가 기술보다 큰 일이다. 병사는 AI보다 병역자원 감소가 인원을 정하고, 드론과 AI 감시체계는 오히려 그 빈자리를 메우는 쪽이라고 봤다. 부사관 역시 줄어드는 병력을 메우는 자리라 오래 보호된다고 봤다. 기술이 아니라 인구와 정책이 시계를 돌리는 곳에서는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범위를 읽는 법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도 숫자로 남겨 두었다. 752개 직업에서 빠른 경우와 늦은 경우의 차이는 중앙값이 9년이다. 171개는 그 차이가 15년 이상이다. 112개는 늦은 쪽 끝이 판정의 상한인 30년에 닿는다. 이 112개에 대해서는 ‘한 세대 안에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그래서 독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날짜보다 범위를 먼저 봐 달라는 것이다. 범위가 좁은 직업의 날짜는 우리가 꽤 자신 있는 숫자이고, 범위가 넓은 직업의 날짜는 여러 갈래 중 가운데 길을 고른 숫자다. 넓은 범위는 판정을 대충 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 직업의 미래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변수에 걸려 있다는 고백이다.

모른다고 말하는 이유

전망을 내놓는 곳은 대개 불확실성을 작게 쓰고 싶어 한다. 숫자가 흔들려 보이면 믿음이 줄어들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우리 생각은 반대다. 어디가 단단하고 어디가 흔들리는지 함께 보여 줄 때 숫자를 제대로 쓸 수 있다. 전공 판정에서도 198개 중 36개는 확신도를 낮게 표시했다. 특히 교육 계열은 AI 때문인 감소와 학령인구 감소를 떼어 볼 통계가 없어서다.

확신도가 낮은 직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날짜를 외우기보다 판정 이유에 적힌 변수를 지켜보기를 권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얼마나 퍼지는지, 가정용 로봇의 값이 언제 내려오는지, 동네 상권이 온라인으로 얼마나 옮겨 가는지. 그 변수가 움직이면 우리의 판정도 다시 움직일 것이다.

참고 자료

다른 리포트

리포트 · 서비스 소개 · 산출 방법 · 이용약관 ·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YOU’RE NEXT · 운영 Opening Step · 2024opennext@gmail.com